[경남산행/밀양산행] 화랑의 숨결이 살아있는 밀양 억산과 운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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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188m의 운문산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계에 있습니다. 

태백산맥이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남하하다 영남알프스를 형성한 높이 1000m급의 7개 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은 유럽의 알프스처럼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해서 붙여졌습니다. 

운문산은 이들 산 가운데에서도 자연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힙니다.

청도의 동쪽에 우뚝 솟아 청도군의 동쪽 지경을 구분 짓는 동시에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하는 운문산. 

겉으로 보기에는 산세가 험하지는 않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산으로 가지산과 문복산으로 둘러싸인 영남의 알프스로 명산대천과 심산유곡이 어우러진 절경 중 절경입니다. 

또 신라 때는 군사 수련장과 병참기지가 있었고 고려 무인정권 시대에는 김사미 민란의 요새였으며 조선조에는 활빈당의 거점이기도 했던 군사요충지가 바로 이곳입니다.

오늘 저는 화랑의 발상지인 운문산을 찾아 떠납니다.



* 산행일자: 2011년 3월 8일 (화요일)

* 산행코스: 석골사주차장~ 억산 ~ 팔풍재 ~ 범봉 ~ 딱발재 ~ 운문산 ~ 상운암 ~ 석골사주차장

* 산행거리: 약12Km

* 산행시간: 6시간 30분

* 산행인원: 나홀로 산행






오늘의 산행은 등산지도의 파란색선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나의 애마를 몰고 1시간 정도를 달려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석골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본격적인 산행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른 봄이긴 해도 아직은 추위가 남아있는 계절인지가 찬바람이 나의 옷깃으로 스며듭니다. 

다행히 날은 맑아서 그늘만 벗어나면 따뜻해 질거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합니다.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석골폭포가 보입니다.







석골폭포엔 싸늘한 기운이 사방에 가득하고 골짜기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온 몸을 얼어붙게 합니다. 

폭포 앞으로 내려가니 최근 며칠 동안 날씨가 풀려 폭포엔 약한 물줄기가 흐릅니다. 

문득 옆 산을 바라보니 응달진 곳엔 색 바랜 낙엽들이 앙상한 나무아래에 차분히 가라앉아 있고 산중턱엔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멋진 색감의 대비로 쓸쓸한 겨울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석골폭포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오르니 석골사가 나타납니다.  

극락전이라 붙여진 조그마한 암자를 지나면 여느 사찰처럼 커다란 대웅전이 나타나겠지 하던 마음이 무색하였습니다.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석골사를 나와서 옆의 임도를 조금 더 오르니 잔돌이 깔린 산길로 들어섭니다. 

아직 완연한 봄이 오기전까진 마르고 앙상한 나무들만이 숲의 적막함을 드러냅니다. 

갑자기 오래전 여름에 석골폭포에 놀러 왔다가 양쪽으로 즐비하게 세워진 차들때문에 힘들게 차를 돌려 황망히 나간적이 있었던 옛생각이 떠올라 혼자 웃음짓습니다.







본격적인 산행로를 알리는 안내판을 만납니다. 

보통 운문산 산행을 석골사에서 상운암으로 해서 운문산을 올라가서 억산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선호하고 있으나 오늘 저는 반대로 산행할 예정입니다.







안내판 바로 옆엔 갈림길이 있습니다. 

여기서 직진방향으로 가면 정구지 바위, 상운암을 거쳐 운문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오르는 길은 억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저는 왼쪽방향인 억산으로 향합니다.







안내판 옆의 갈림길에서 오르기 시작한 오르막은 한치의 틈도 주지않고 계속 오르막입니다. 

그러다 좌우 갈림길을 만납니다. 

억산으로 갈려면 왼쪽편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목도 축이고 조금만 쉬어봅니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하늘이 열려서 가는 도중 주위 풍경은 나아질거란 기대도 합니다.







다시 힘을 내어 억산으로 향하는 중에 멋진 능선이 눈에 보입니다. 

계속 갇혀있는 산속을 걷다가 이렇게 열린 조망이 있는 곳을 걸으니 훨씬 힘이 납니다.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상쾌합니다.







혼자서 하는 산행은 장단점이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내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루를 수가 있다는 겁니다. 

가다가 멋진 곳을 만나면 혼자서 사색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멋진 상상도 해봅니다.

높은 산에 홀로 앉아서 밑을 내려다 보면 아랫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다 무의미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주위의 지인들에게 산행을 적극 권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산을 알기전과 지금과는 달라진 환경은 전혀 없는데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그 이유는 산에서 모든 마음을 비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억산을 오르는 코스는 매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억억거린다고 해서 억산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오르다보니 어느새 억산정상석이 보입니다.







억산 정상서 바라본 운문산 가는 능선입니다.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주위 풍경을 감상합니다. 







제가 조금후면 가야 할 운문산의 모습입니다. 

중후하게 생긴 운문산을 바라보면서 점심을 먹습니다. 

산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 중의 또 하나가 도시락을 먹는 시간입니다. 

고지에 오르고 나면 산에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것은 다 잊어버립니다. 

산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또 집에서 만들어 온 도시락과 간식을 먹는 즐거움은 그만입니다. 

요즘은 날이 꽤 쌀쌀해서 코펠과 냄비도 준비해서 라면까지 끓여서 먹노라면 라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합니다. 

라면 국물 맛은 어찌 그리 좋은지 모릅니다.





 


점심을 다 먹고나서 다음 목적지인 운문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억산정상 바로 아래에는 이렇게 나무데크가 잘 놓여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계단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때는 무지 힘들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고마운 계단덕에 힘들이지 않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나무계단을 내려와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갈림길 하나가 나옵니다. 

바로 팔풍재입니다.







팔풍재를 바고 통과하여 범봉으로 향하던 도중 뒤로 돌아본 억산의 모습은 가히 장관입니다. 

스케일이 장난아닙니다. 

내가 조금전만 해도 저산에 있었나라고 할 정도로 웅장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범봉을 지나 산길은 다시 딱밭재로 이어집니다. 

딱밭재는 옛날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입니다. 

한지의 원료로 사용되는 닥나무는 이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작이 쉬운 평지로 내려갔거나 기계로 찍어낸 종이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었을 것입니다.







보이는 갈림길이 딱밭재입니다. 

왼쪽길이 운문사에서 올라오는 길인데 제가 알기론 통제구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문산 가는 길은 직진으로 가시면 됩니다. 







운문산을 오르는 산등성에 눈이 보이는데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산행로에는 아무일 없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지금 아래에 보이는 절이 청도의 유명한 운문사입니다.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쪽에 있는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됐습니다. 

고려 충렬왕 때에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선사가 주지를 맡기도 했습니다. 

1958년에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260여명의 비구니들이 수학하는 국내 최대의 승가대학으로 유명합니다. 

30여채의 건물과 금당 앞 석등 등 7점의 보물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암자는 운문사에 속한 사리암입니다. 

오래전에 친구가 사리암의 기도빨이 끝내준다고 하여 한번 따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 

사리암에서 보는 풍경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역시 걱정대로 운문산 정상주변은 눈이 녹지않아 산행로까지 눈길입니다. 

이지점이 정상 500m전쯤인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냥 진행합니다.







줄타는 구간도 만나는데 지금 사진에 보이는 부분이 다입니다. 

길지 않으니 별 무리는 없습니다. 







여기가 운문산 정상까지의 마지막 갈림길입니다. 

운문산 정상에 갔다가 나중에 다시 여기로 와서 상운암 방향으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운문산의 정상석이 보입니다. 







운문산은 전체적으로 듬직하고 중후한 모습입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천황산 억새밭이 물결치고 동쪽으로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용틀임합니다. 

석골·선녀·학소대폭포와 정구지·치마바위 등이 절경을 이루는 산입니다. 

정상 아래 상운암의 지도바위는 마치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겨 눈길을 끕니다.







지나온 방향도 다시한번 봅니다. 

억산의 모습이 웅장한 파노라마를 보여줍니다. 

산에 올라 첩첩이 놓인 산들을 보니 요새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립니다. 

운문산 하면 운문사를 떠올리겠지만 운문산자락에 있는 가슬갑사를 빼놓으면 안됩니다. 

이곳이 바로 화랑의 발상지이기 때문입니다.







신라 진평왕 때에는 이 일대에서 원광국사가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오계를 내렸다고 합니다. 

화랑의 수련장도 들어섰습니다. 

운문산은 신라가 국력이 강해 낙동강 유역으로 진격할 땐 전초기지였고, 물러설 땐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화랑들은 운문산하를 내달리며 세속오계를 가슴에 새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화려했고 왕성했던 가슬갑사는 그 터만 짐작할 뿐 흔적없이 사라졌습니다.







고개를 들어 운문산 주변을 바라보았습니다. 

운문산 정상 표시석 앞에서 저 멀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밀양, 아지랑이가 핀 듯 눈이 부셨습니다. 

넓게 펼쳐진 사과밭에  깔아 놓은 은박지가 햇살을 받아 은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급경사길에 눈까지 있으니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입니다. 

한 서너번 자빠지기도 합니다.







두 스틱에 힘을 주고 용을 써서 내려오니 상운암에 이릅니다. 

여기서 약수물로 목을 축입니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돌구간인데 눈이 얼음으로 변해서 위험천만합니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발을 딛고 내려갑니다.







하산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침 여기서 올라오시는 등산객 한분을 만났는데 그분 제 이야기 듣더니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십니다. 

그분도 매우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산행은 무리하게 진행하면 더 위험해집니다. 

저도 오늘 절실히 깨닫습니다.







운문산에서 하산하는 코스는 상운암을 거쳐 석골사로 하산하는 코스와 딱발재를 거쳐 하산하는 코스가 있습니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숲이 좋고,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단 코스가 길고, 계속되는 내리막에 무릎이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서 천천히 내려가셔야 합니다. 

특히 오늘 제가 내려가는 상운암 코스는 암릉구간이 있으니 등산하실 때는 물론이고 하산하실 때는 더욱 주의하십시오.







위험한 구간은 지지대를 설치하여 놓았으니 무리없이 내려오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시작때 보았던 안내판과 석골사의 지붕이 보입니다. 

오늘 산행은 뜻하지 않게 매우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역시 준비가 덜 된 산행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었고 얼마나 위험한가를 깨달은 산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여준 억산과 운문산의 풍경은 과연 영남 알프스의 위용을 재확인한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직은 이른 봄날의 억산과 운문산 산행을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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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여행
산행 2011.03.0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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